포경수술의 역사

포경수술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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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경수술의 역사는 매우 길다. 아마도 신석기 시대부터 중동 지방에서 시작되지 않았을까 하는 추측이다. 물론 지금 남아 있는 기록 중 가장 오래된 포경수술에 대한 언급은 성경 창세기에 있는 아브라함과 그의 가족, 노예, 가솔들이 다 포경수술(할례)을 받은 것이다 (창세기 17장). 포경수술의 의미는 아마도 인간을 제물로 바치던 시대를 벗어나면서 일종의 희생제(Sacrifice)라는 의미가 있었지 않을까 추정된다. 즉 목숨을 앗아가던 과거의 제사가 아니라 몸의 일부분만을 “희생”한다는 종교적 의미가 아닐까 하는 것이다 (Warren J, Bigelow J, The case against circumcision, British Journal of Sexual Medicine, September/October 1994:6-8).

창세기의 아브라함 시대는 약 4,000년전밖에 안된다. 포경수술이 그 전에도 존재했다는 증거는 6,000년 정도된 이집트의 미이라 중 일부가 포경수술을 받은 상태로 보존되어 있다는 것이다 (T. Schneider, South African Medical Journal 50, 556 (1976)). 그렇다고 해서 이집트인 모두가 그 당시에 포경수술을 행하였다는 것은 아니다. 일부에서는 이집트인의 포경수술은 전쟁포로이거나 노예임을 나타내는 매우 굴욕적인 의식이었다고 생각하고 있다 (위 그림 참조). 이러한 “굴욕적인 의식”을 이집트에서 노예생활하던 유대인들이 받아들였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W. D. Dunsmuir and E. M. Gordon, The history of circumcision, BJU International, 83. suppl. 1, page 1-12). 유대인들은 이러한 고대의 종교의식인 포경수술을 현대까지 이어왔다. 물론 역사적으로

볼 때 그리스/로마, 유럽인들에 의한 포경수술에 대한 박해도 많았으며 이것은 “유대인의 포경수술”에서 다루기로 한다.

유대인 외에는 이슬람 교도들이 포경수술을 행하였으며, 현재 세계 포경수술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바로 이슬람교도들의 포경수술이다. 유대인의 포경수술은 유대인이 되기 위한 필수조건이며, 생후 8일만에 행하여지는 종교의식인데 반해, 이슬람교의 포경수술은 단지 “권장사항”이며 딱히 언제 하라는 기준도 존재하지 않는다. 이러다 보니 포경수술의 양상도 다양하여 나라와 부족에 따라 어린 시절부터 결혼 직전까지 장기간에 걸쳐 시행된다. 재미있게도 이슬람교와 아무 관련이 없는 우리나라의 포경수술이 이와 비슷한 양상을 띄고 있다.

중동 지방 외에도 이슬람교도와 관계 없는 아프리카 부족국가 중 일부, 호주의 원주민 일부, 남아메리카 인디언 일부는 이슬람교와 무관하게 오랫동안 포경수술을 해온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이러한 사실은 포경수술의 근원이 구석기 시대까지 갈 수도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이슬람교와 유대교 문화권에 주로 종교의식, 통과의식으로 국한되었던 포경수술은 19세기 말에 이르면서 영국과 미국에서 유행하게 된다. 19세기 말의 영국과 미국은 자위 행위를 줄이고 정력을 감퇴시키며 섹스 횟수를 줄이고자 하는 “빅토리아적” 동기를 가지고 있었다. 모든 종류의 섹스는 나쁜 것이며 단지 자식을 낳기 위해서만 필요한 일종의 “필요악”이라는 개념이 팽배해 있었다.  이러다 보니 포경수술이 자위 행위를 줄이고 정력을 감퇴시키는 방법으로서 권장되기 시작하였다.

포경수술은 또한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 등 다른 영어 문화권으로 전파되었는데 요즘 와서는 영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에서는 거의 사라져 가고 있다. 미국의 경우도 줄고는 있지만 아직도 인구의 반수 이상이 신생아일 때 포경수술을 시행하고 있다. 미국의 포경수술은 남한과 필리핀에 전파되게 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1945년경에 도입되었다.

재미있게도 필리핀과 우리나라의 포경수술은 미국의 영향을 받기는 하였지만 신생아 때 주로 행하여지는 것이 아니라 “나이에 상관없이” 행하여져 왔다. 이는 이슬람교도의 양상과 비슷한데 우리 나라의 경우 70년대에 상영되었던 미국 미니시리즈 “뿌리”에서 암암리에 지대한 영향을 받았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세계 역사적으로 볼 때 우리나라처럼 짧은 시간동안에 많은 사람들이 나이에 상관없이 포경수술을 받은 예는 바이블 시대로 가더라도 아마 찾기 어려울 것이다. 이런 점에서 우리 나라의 포경수술은 미국, 필리핀의 포경수술에 대하여서도 역으로 시사할 수 있는 바가 많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