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경수술과 암

포경수술과 암

포경수술과 자궁암은 어떤 관계가 있을까? 과연 관계가 있을까 없을까? 우리 나라에서는 지금도 가끔씩 “전문가”들이 포경수술을 해야 한다고 신문지상에 주장하면서 자궁암과 포경수술과의 관계를 언급하는 것을 본다. 반면에 최근 미국 암 의학회에서는 미국 소아과 학회에 보내는 공개 서한에서 포경수술과 자궁암과는 어떤 관계도 없으며 이러한 설은 이미 학회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은지 수십 년이 된 낭설에 불과하다고 이야기했다. 포경수술과 음경암과의 관계는 어떨까? 우리 나라 교과서들에는 음경암과 포경수술의  관계가 버젓이 나와 있다. 반면에 앞에서 언급한 미국 암의학회의 공개서한에서는 음경암은 워낙 드문 암이기 때문에 통계적 조사가 어렵고 포경수술을 하는 미국보다도 포경수술을 안 하는 북유럽 국가들의 음경암 빈도가 더 낮다고 하면서 역시 포경수술과 암과의 관계에 대하여 부정적인 입장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그렇다면 무슨 근거로 우리 나라의 유명 대학 교수들은 포경수술을 자궁암 방지를 위하여 권유하는 것일까? 이것을 알기 위하여서는 약간의 역사적 배경을 알아둘 필요가 있다.

1) 포경수술과 자궁암: 포경수술과 자궁암과의 관계는 한 때 미국에서 유명 주간지 타임지에 크게 실렸던 적이 있다. 포경수술을 하지 않은 남성과 섹스를 하면 자궁암에 걸릴 확률이 높아진다는 연구결과가 실렸던 것이다. 1954년의 일이었다. 포경수술을 하지 않은 남성의 포피에서 나오는 분비물이 암을 유발하는 인자라는 것이었다. 이 연구는 E. L. Wynder라는 의학박사에 의하여 수행되었는데 타임지에 보고되면서 미국에서 포경수술의 비율이 급증하는 데 커다란 공헌을 하였다고 일반적으로 믿어지고 있다. 예를 들면 포경수술은 누구나 해야 한다고 주장하던 D. Rueben박사는 이 기사 이후의 어떤 가정의 해프닝을 다음과 같이 기술하고 있다: “어떤 집의 아내는 이 기사를 읽은 후 남편의 포피를 손으로 잡고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이 포피를 자르던가 아니면 나와 이혼하자!”

그후 이 연구는 많은 논란거리가 되었다. 예를 들면 자궁암에 걸린 여성들에게 남편의 포경수술 여부를 묻는 것으로 연구가 진행되었는데  우선 여성들의 반수 정도가 자기 남편이 포경수술을 했는가 안 했는가에 대하여 전혀 무지했다는 것이 밝혀지게 된다. 이쯤 되면 이러한 연구로부터 나오는 결과들은 믿기가 무척 어렵게 된다. 1973년에 Terris등이 수행한 연구에서는 따라서 포경수술을 남편이나 섹스 상대자가 포경수술을 했는지의 여부를 실제로 의사들이 조사함으로써 수행되었는데 결과는 포경수술의 여부가 자궁암과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것으로 나왔다. 이러한 결과는 1965년에 발표된 영국의 연구 결과와 일치하는 것이다. 실제로 유대인 여성들이 상대적으로 자궁암 빈도가 낮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왜 그럴까 하는 이유를 좀 더 자세히 살펴보지도 않고 포경수술의 유무와 관련지은 것이 문제였던 것이다.

왜냐하면 포경수술이 자궁암에 깊은 영향을 미친다면 이슬람교 여성들도 자궁암 빈도가 낮아야 하는데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인도의 파르세스 (Parses) 족은 포경수술을 하지 않는데 포경수술을 하는 이웃의 파키스탄보다 훨씬 더 자궁암의 비율이 낮은 것이다. 게다가 포경수술의 비율이 1%가 안되는 스웨덴과 노르웨이의 자궁암 비율이 포경수술을 많이 행하는 미국보다 2배 이하라는 사실은 포경수술과 자궁암을 관계 짓는 것이 얼마나 근거 없는 이론인가 하는 점을 극명하게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즉 자궁암은 포경수술의 유무 여부와는 상관이 전혀 없다. 다만 여성 및 남성의 일반적 청결 상태와의 관련은 분명히 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우리 나라의 소위 “전문가”들이 포경수술과 자궁암과의 관계를 이야기할 때 그는 한물 가도 많이 간, 틀렸다고 이미 만천하에 공개된 수십 년 전의 이론을 사실로서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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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포경수술과 음경암

음경암은 매우 드문 병이다. 미국을 예로 들면, 10만명에 10 명 정도로 걸리는 병이며, 우리 나라에는 통계조차 나와 있지 않다. 많은 사람들이 걸리는 암, 즉 자궁암, 위암, 간암, 폐암, 유방암, 직장암등에 비하면 음경암은 약 100분의 1 정도 꼴로 나타나는 매우 희귀한 병이다. 그러다 보니 통계자료를 수집하기도 어렵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미국에서는 이 음경암이 포경수술을 하면 예방될 수 있다고 하여서 신생아 포경수술을 주장하는 많은 사람들이 포경수술의 의학적 가치의 예로서 많이 이용되었다. 그러나 포경수술을 하는 국가와 그렇지 않은 국가의 음경암 통계를 비교해보면 이러한 믿음이 잘못되어있다는 것을 바로 알 수 있다. 미국의 경우 음경암은 10만 명에 10명 정도로 나타난다는 것을 예로 들었다. 미국보다 훨씬 더 암에 대한 전국민적 통계를 잘 내어온 노르웨이의 예를 들어 미국과 비교하면:

연도     10만 명당 음경암 빈도

1955            5.1

1958            2.7

1961            3.8

1963            4.0

1967            3.8

위와 같이 나타난다. 즉 미국에 비하여 음경암 확률이 2배 이상 낮은 것이다! 최근에 미국 암의학회에서 소아과 학회에 보내는 공개 서한에서도 바로 이 사실을 꼬집으면서 음경암과 포경수술을 관계짓는 것에 대하여 따끔한 일침을 가하고 있다. 게다가 음경암이라는 것이 워낙 드문 병이기 때문에 포경수술로 인한 염증, 사망 (실제로 미국에서는 포경수술로 인한 사망이 가끔 보고되고 있다) 등을 고려하면 설사 음경암이 포경수술에 의하여 예방된다고 가정하더라도 포경수술을 할 가치가 없다는 것을 확실히 지적하고 있다. 모든 수술에는 부작용이 따르는 것이며 이러한 부작용과 잠재적인 예방효과를 잘 대비하여 수술이 필요한가를 결정해야 하는 것이다.

반면에 우리 나라에서는, 이러한 세계적 추세에는 전혀 무지한 채 소위 전문가들이 아직도 포경수술의 가치를 들면서 음경암 운운하고 있다. 교과서, 신문, 잡지 등에서. 이 사실은 우리 나라의 의료계가 포경수술에 관한 한 얼마나 우물안 개구리 식으로 살아왔나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이다.

3) 미국 암의학회 공개 서한 번역

이와 같이 포경수술과 암과의 관계를 지어 포경수술을 대대적으로 행하려는 노력은 포경수술의 원조 미국에서조차 이미 실패한 것이며 한물 건너간 일이다. 반면에 우리 나라에서는 아직도 이러한 소리가 심심치 않게 들린다. 이러한 추세는 솔직히 말하여 전혀 개선되고 있어 보이지 않는다. 이러한 무지에 종지부를 찍기 위하여 우리는 1996년 2월에 발표된 미국 암의학회의 공개서한을 여기에 번역한다:

미국 소아과 학회에게 보내는 공개서

미국 암의학회의 대표로서 미국 소아과 의학회에 다음과 같은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자궁암과 음경암을 방지할 수 있다는 이유로 포경수술을 시술하는 것은 그만두어야 합니다. 미국 암의학회는 포경수술이 자궁암이나 음경암을 방지할 수 있다는 것을 믿지 않습니다.

포경수술과 자궁암의 관계를 언급해온 과거의 연구들은 연구 방법론에서부터 잘못되었고, 이미 지나간, 한물간 이야기이며 지난 수 십년 동안 의학계에 의하여 심각하게 받아들여진 적이 한번도 없었습니다.

마찬가지로 포경수술과 음경암을 관계짓는 연구들 역시 결론이 난 것이 없습니다. 음경암은 지극히 드문 병이며 더욱이 포경수술을 하지 않는 나라들의 음경암 비율이 미국보다 훨씬 더 낮은 경우가 많습니다. 게다가 음경암으로 인한 사망 비율이 포경수술로 인한 사망 비율과 비슷한 정도로 낮은 것을 보면 포경수술을 음경암 방지 방법으로 선전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습니다.

포경수술을 자궁암 예방책으로 선전하는 것은 실제로 암을 유발하는 인자들, 즉 흡연, 무절제한 섹스 등에 대한 일반대중의 인식을 오히려 약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오히려 해가 됩니다. 이러한 선전은 이제 그만두어야 합니다.

1996년 2월 16일

Hugh Shingleton, M. D., Clark. Heath, Jr., M. 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