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로 살던 남자 자살

`여자로 길러진 남자’ 주인공 끝내 자살

(위니펙<加 매니토바州> AP=연합뉴스)

남자로 태어났지만 그 사실을 모른 채 여 자로 살아야 했으며, 뒤늦게 그 사실을 알고 다시 남자로 돌아간 캐나다 출신 데이 비드 라이머가 끝내 자살로 세상을 등졌다. 지난 4일 세상을 떠난 그의 나이는 불과 38세였다.

캐나다 매니토바주 위니펙 출신인 데이비드 라이머는 남자로 태어났지만 포경수 술의 실수로 생식기를 상실, 의사의 권유로 성전환수술을 받고 여자 아이로 길러졌다. 그러나 14세 때 생식기 재건 수술로 잃어버린 성(性)을 되찾은 뒤 결혼과 직장 생활도 하는 등 정상적인 삶을 살았으나 기구한 운명에 대한 압박감과 쌍둥이 동생의 죽음, 실업, 아내와의 별거 등 일련의 악재들을 이겨내지 못하고 결국 자살했다. 그의 어머니 제닛은 복원 수술 후 이름을 브렌다에서 데이비드로 바꾼 그가 결혼해 아내 제인과 아이 3명을 입양해 키우면서 용기있게 살아가려고 노력해왔다고 전하고, 최근 심리적인 압박감이 날로 가중되자 어쩔 수 없이 자살을 선택한 것 같다며 애통해 했다.

데이비드는 걸음마 시절이던 1967년 어설픈 포경수술을 받은 뒤 생식기를 잃게 되자 의사의 권유를 받아들인 부모의 결단으로 성전환 수술을 받은 뒤 이름도 브루스에서 브렌다로 바꾸고 약 10년간 ‘소녀’로서 강요된 삶을 살아야 했다. 그는 어린 시절 여자 친구들은 물론, 남자 친구들에게까지 따돌림을 받는 등 정신적으로 큰 상처를 입었다. 그러나 의학계에서는 당시 데이비드의 사례가 출생을 통해 성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양육을 통해 남자로 혹은 여자로 사회화될 수 있다는 증거로 널리 보고되었다.

그는 지난 2000년 존 콜라핀토가 쓴 <타고난 성, 만들어진 성-여자로 길러진 남자 이야기>라는 책을 통해 자신의 기구한 삶을 반추했으며, 그 해 2월 오프라 윈프리 쇼에 출연하기도 했다. 그의 어머니는 책 출간 동기로 “자신과 유사한 운명을 가진 어린이들을 구하고 싶어서”였다고 설명했다.